엔론 사태로 본 미국 자본주의의 허실
클린턴 행정부 때 상무부 차관을 지낸 제프리 가튼 예일대 경영대학장은 최근 9·11테러 이후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신경제'에서 '포위경제'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폐쇄적인 경제체제"인 포위경제의 핵심은 미국 대외경제정책의 '정치화'와 외교정책의 '재군사화'를 특징으로 한다고 한다.
필자는 포위경제라는 신조어가 신경제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현재의 실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매우 부정확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9·11테러 이후 미국 경제의 '준 전시자본주의화' 속에 지난 20년 동안 다그쳐져 온 자본의 세계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근거는 이렇다.
먼저 클린턴 정권과 부시 정권의 외교정책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 발언을 통해 '상대방 배려주의', '유연한 상호주의'로 통하는 햇볕정책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클린턴 정권의 외교정책이 부시 정권보다 더 나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1994년 북한 금창리 핵사찰을 둘러싸고 전쟁 직전까지 몰고 갔던 장본인은 다름아닌 클린턴 정권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99년 4월 유고 코소보 자치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벌인 당사자도 역시 클린턴 정권이었고, 이라크에 대한 거듭된 공격은 비일비재했던 일이다. 이런 점에서 클린턴 정권의 대북 정책은 일종의 예외였고, 일부 외교분석가들은 '유일한 성공사례'로 꼽기도 한다.
물론 부시 정권의 '악의 축' 규정은 그나마 유일한 성과였던 클린턴 정권의 대북 정책마저 무위로 돌리려 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후퇴'이자, 이에 대한 우리 민중의 반대는 한없이 정당하다.
환상으로 끝난 신경제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신 다자간협정)로 불리는 '도하 개발 의제'가 9·11테러 이후 개최됐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9·11테러는 폐쇄경제 체제는커녕 개발도상국에 지적재산권의 일부와 미국의 반덤핑 제소 남용 등과 관련해 양보를 제공하더라도 농업 및 서비스의 자유화, 금융 자유화 등을 다그치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더욱이 포위경제가 '신경제'라는 환상을 전제로 한 것인 이상 그 한계는 명확하다.
신경제는 이른바 '저물가-저실업-고생산성'을 현상으로 하며, '경기순환은 없다'는 것을 본질적인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신경제는 실물이 아니라, 주가 상승에 바탕한 금융 축적이 낳은 환상이었음이 드러났다. 미국 경제의 금융 축적은 닷컴 기업들의 투자 급증, 가계의 소비 급증 및 이에 따른 저축 감소 등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로버트 고든 교수가 간파했듯이, 1990년대 생산성 증가는 그 대부분이 내구재, 특히 컴퓨터와 관련 부품의 제조에서 나온 것이었을 뿐, 경제의 나머지 부문에서는 생산성 증가는 사실상 없었다. 예컨대 1990년대 생산성 향상은 386컴퓨터가 486으로, 그리고 펜티엄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 차지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1990년대 미국 경제가 기록한 평균 성장률 3.1%는 1980년대보다 조금 높을 뿐, 1950년대와 1960년대의 4%를 훨씬 밑도는 것은 물론, 1970년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경제를 풀이하는 좌파적 분석의 배경에는 1970년대 이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장기불황과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이 깔려 있다. 실제로 미국 경제학자 프레드 모슬리에 따르면, 미국 자본주의의 이윤율은 1940년대 후반 22%에서 1970년대 중반 12%로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20년 동안에 걸친 미국 경제의 급격한 재편에도 이윤율은 1990년대 중반 16%로 상승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런 이윤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금융적 축적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좌파 경제학자 해리 셧은 자신의 책 『자본주의의 문제』에서 금융자산의 가격이 상승하여 얻게 되는 자본이득이 점점 중요한 수익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과 영국의 자본투자 수익에서 자본이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이른다. 반면 1900년부터 1979년까지 이 비중은 50% 미만이었다. 이에 비춰 금융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유동성이 공급되지 않는 한, 그리고 이를 통해 금융자산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지 않는 한 붕괴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신경제의 핵심이자, 월스트리트의 논리다.
하지만 이런 추상적인 언급보다 지난해 12월2일 미국 제7위 기업 엔론의 파산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엔론 파문은 신경제의 실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엔론의 파산을 계기로 투자자들이 기업 회계정보를 신뢰하지 않게 되면서 엔론과 유사한 사기 행각을 벌여온 상당수 기업들의 파산이 촉진되고 있다. 지난 1월 텔레콤 업체인 글로벌 크로싱의 파산도 그런 예이다. '퀘스트 커뮤니케이션'도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고, IBM 역시 합법적인 회계 조작을 통해 수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엔론과 신경제
엔론은 단지 미국 제7위의 기업만이 아니었다. 이른바 신경제에서 '시장의 선도자'로 여겨져 왔다. 때문에 엔론의 흥망은 곧 신경제의 흥망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타임스」 1월15일치 칼럼에서 프린스턴 대학 폴 크루그먼 교수는 엔론 사태는 "미국판 정실 자본주의"라고 규정했고, 18일치 칼럼에서는 "엔론 붕괴는 실패한 한 기업의 이야기만 아니라, 실패한 시스템의 이야기다. 이 시스템은 부주의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부패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엔론을 규제했어야 할 시스템이 부패했다는 것이다.
한계는 있지만, 그의 지적은 옳다. 4년 전 동아시아 경제위기 때 아시아의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를 비난했던 이들에게 크루그먼의 비판은 타당하다. 엔론 사태는 정실이라는 것이 동아시아 자본주의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에도, 유럽식 자본주의에도 두루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점에서 엔론 회장이던 케네스 레이와 한보그룹 회장이던 정태수씨, 대우그룹 회장이던 김우중씨와는 털끝만큼의 차이도 없다. 공화당 부시를 위한 대통령 만들기, 에너지 정책 탈규제 로비 및 이를 통한 폭리 취득, 기후환경협약인 교토의정서 거부 로비, 천문학적 회계 조작 등 엔론 경영진의 행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우리나라의 재벌총수들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주식시장에서 엔론의 성공은 체계적인 정보의 왜곡을 통해 이뤄졌다. 증권회사와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분석가)들은 엔론이 붕괴하기 직전까지 엔론 주식을 "사라"고 권고했다. 이미 드러난 대로 엔론은 3500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가운데 약 900개가 케이먼군도 등 돈 세탁과 금융 은폐의 중심지인 역외 조세천국에 세워졌다. 목적은 부채를 대차대조표에서 숨기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엔론은 엄청난 수익을 내는 것으로 포장됐다. 엔론의 신용등급은 최고로 유지됐고, 차입비용은 매우 쌌다. 주주들과는 달리, 경영진, 엔론에 대출해 준 은행 등 선택된 투자자를 포함한 엔론의 내부 거래자들은 이들 자회사가 매출과 수익을 부풀리고 부채를 감추는 데 이용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엔론의 회계감사기관인 아서앤더슨은 이를 간과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보수를 받으며 사기극을 연출하는 데 조연으로 참가했다. 영화 '스팅'에서 마피아를 속여 한탕 챙기기 위해 차린 가짜 경마중계소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처럼, 엔론의 법률가와 회계감사, 은행가들은 주주와 노동자를 속이는 과정에 동참했다. 심지어 아서앤더슨은 엔론의 핵심 경영자료를 파기하기까지 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북풍 관련 자료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파기한 것처럼 말이다. 그나마 양심적으로 꼽히던 엔론 부회장 J. 클리포드 백스터는 지난 1월25일 자신의 차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회계절차를 강화하려고 노력했다가 의회의 제동에 걸려 결국 좌절했던 전 미국증권거래위원장인 아서 레빗은 이렇게 토로한다. "(거짓말하고 기만하고 속이는) 게임맨의 문화가 90년대 신경제의 열풍 속에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신경제=거대한 금융사기
이런 '게임맨의 문화' 속에 작은 가스라인 운영업체이던 엔론은 10년 만에 사실상 규제받지 않는 거대한 금융기관으로 커졌다. 엔론의 연간 총수입 1천억 달러였다.
그 2/3는 전력과 천연가스에 대한 온라인 거래에서 창출됐다. 에너지를 개발 생산해 공급하는 데서 창출된 매출액은 전체의 1/3 미만이었다. 에너지 거래는 미래 가격을 대상으로 위험을 회피하거나 투기하는 데 이용되는 파생상품 형태로 이뤄졌다. 엔론의 선물 및 헷지 거래는 기존의 주식이나 채권, 외환과 같은 신용상품에 대한 금융자본주의적 접근 방식을 그대로 전기 등 에너지와 각종 상품에 적용한 것이었다. 앞서 말한 3500여 개의 자회사는 매출을 부풀리고 부채를 줄이는 데 회계 조작을 위해 이용됐다. 엔론에 필요했던 것은 규제받지 않은 시장이었다. 공화당 필 그램 상원의원(텍사스)은 에너지 거래를 탈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해 통과시켰다. 이는 투기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활짝 열어놓았다. 엔론은 1999∼2000년 선거기간 중 240만 달러를 정치자금으로 기부했고, 그 72%가 공화당으로 향했다.
파생상품을 통한 엔론의 에너지 거래는 캘리포니아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놓았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 경계지역의 전기요금은 단지 엔론이 파산했다는 이유만으로 30% 떨어졌다. 엔론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높은 가격을 설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계 사기극은 비단 엔론이나 아서앤더스만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신경제가 추앙받던 2000년까지 6년 동안 이윤을 부풀린 기업들에 대해 783건의 부실한 회계감사가 이뤄졌고, 이 결과로 투자자와 종업원들은 200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부실한 회계감사 건수는 두 배나 증가했다.
엔론의 성장 과정은 민주당과 공화당 등 정치권과 끈끈한 유착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정·관계에 대한 로비와 커넥션을 통해 성장하다 몰락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부시 정권은 엔론이 로비에 나섰던 17가지 에너지 정책을 폈다. 엔론 케네스 레이 회장은 에너지 관련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던 부통령인 딕 체니를 여섯 번이나 방문했다. 사실상 부시 정권의 에너지 정책은 케네스 레이 회장의 컴퓨터 단말기에서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부시 정권이 도입한 에너지 정책에는 에너지 분야에 파생상품을 도입하고 규제를 없애는 것이 포함돼 있다. 에너지 거래기업이 모든 전력 배송망을 확보할 수 있게 한 방안도 엔론의 작품이다. 이는 결국 에너지 가격 조작을 가능하게 했다. 여러 주에 걸친 에너지 지주회사가 핵심 발전사업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던 공공발전설비지주회사법(PUHCA)이 폐지된 것도 엔론의 로비 때문이었다. 체니는 자신이 이끌던 에너지 정책침의 문서를 공개하지 않으려다 연방법원의 공개 명령을 받았다.
엔론과 펜타곤과의 관계도 끈끈하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해 6월 엔론의 자회사 '엔론에너지서비스'의 부회장이던 존 화이트를 육군 참모총장에 앉혔다. 펜타곤에 기업 마인드를 도입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군살을 뺀다는 명분이었다. 화이트는 육군 참모총장으로 옮기기 직전 2500만 달러 어치의 엔론 주식을 팔아치웠다. 화이트는 군기지 발전서비스를 사기업에 판매했다. 그러나 펜타곤은 군살을 빼기는커녕 급증하는 국방예산에서 보듯 피둥피둥 살이 더욱 찌고 있다. 특히 2003 회계연도(2002년 10월∼2003년 9월) 국방예산 가운데 무기 구입비 680억 달러 가운데 1/3 이상이 테러와의 전쟁과는 관련이 없는 냉전시대 무기에 할당됐다. 이 무기들은 2000년 선거기간 중 부시가 줄이거나 없애기로 한 대상들이었다.
회사는 망해도 살아남는 경영진
엔론은 망했지만, 경영진들은 엄청난 부를 챙겼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엔론 경영진은 주식과 스톡옵션을 팔아 10억 달러를 챙겼다. 회사가 망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에도 이 회사의 고위 간부 600여명은 1억 달러의 보너스를 챙기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 이는 합법적인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업무상 배임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범죄 행위나 마찬가지다. 반면 노동자들은 45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엔론 경영진이 종업원 보유 주식의 판매를 금지함으로써 노후에 대비해 저축해 왔던 돈들까지 깡그리 날렸다. 종업원을 포함해 주주들이 투자한 600억 달러의 자본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무책임한 경영진은 엔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핵심 요건 가운데 하나인 '경영자 시장'은 작동되지 않았다. 기업이 파산하기 전 최고경영진은 다른 자리로 옮기고 건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실패한 경영진은 결코 죽지 않았다. 1992년 파산한 기업 '메이시'의 회장이던 에드워드 S. 핑켈스타인은 1997년 여성의류업체 '체리앤드웹'의 회장이 됐다. 그리고 이 회사는 3년 뒤 파산했다. 지난해 7월 파산한 온라인 식품판매업체인 '웹밴'의 최고경영진이던 조지 샤힌은 12억 달러의 자본 손실을 입힌 뒤 파산 직전 그만뒀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소프트웨어업체 '클로즈드룹 솔루션'의 이사가 됐고, 사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지벨 시스템'의 이사라는 직함도 얻었다.
흔히들 신경제를 '정보경제'라고 불렀다. 경제분석가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면 생산성이 증가하고 성장이 지속된다고 입을 모았다. 겉으로 보기에 정보경제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정보의 투명한 공개에 의존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정보경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역(逆)정보경제'였다. 역정보경제는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정보를 숨기고 왜곡하고 거짓말하는 시도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경제다. 자본주의적 기준으로 보면, 시장이 투자자, 소비자, 시민의 합리적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선, 완전하고 정확한,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를 요구한다. 그러나 규제를 풀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신자유주의와 이에 바탕해 성장한 신경제는 그와 정반대되는 역정보경제를 낳은 것이다. 에너지 시장에 대한 탈규제, 1999년 은행의 증권 업무 취급을 금지해 온 글래스스티걸법 폐지 등 경제의 증권화와 금융화는 역정보경제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 경제의 미래
엔론이 파산하자,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엔론과 같은 기업이 망한 것은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엔론의 붕괴는 자본주의의 천재성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을 호도한 것이다. 엔론과 같은 기업이 커온 것이야말로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역정보경제의 산물임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기초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다. 이 정보가 왜곡되면 시장, 특히 금융시장의 고유한 불안정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오닐의 발언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지키려는 발버둥에 가깝다. 엔론이 상징하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총체적 결함을 은폐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부시 정권은 엔론을 구제하지 않은 게 아니다. 금융 자유화와 세계화를 다그쳐 온 클린턴 정권이 뒤늦게 깨닫고 도입하려고 했던 것, 엔론 붕괴 이후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것을 구제하지 않았다. 그것은 역외 조세천국을 규제하는 방안이다. 부시 정권은 이 계획을 허공에 날려보냈다.
이는 미국 경제의 미래를 여전히 '역정보경제'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부시 정권은 9·11테러 이후 '경제의 군사화'와 '군사적 케인스주의'를 불황 탈출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부시 정권은 2003 회계연도(2002년 10월∼2003년 9월) 적자예산안을 짰다. 적자 규모는 800억 달러 정도다. 전년 회계연도에 비해 국방비를 20년 만에 최대폭인 480억 달러 늘린 3790억 달러로 편성한 게 주요 요인이다. 이중 100억 달러는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 이란, 이라크에 대한 '방위'(?)나 '확전' 차원으로 잡혀져 있다. 사회간접자본, 직업훈련, 환경 등 '사회적 지출'이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미국 공화당은 경기가 좋든 안 좋든 균형예산은 사회적 지출을 줄여서라도 예산은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교조에 따라 1997년 균형예산법을 제정해 통과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공화당이 '적자' 예산을 짠 것이다. 공화당의 '적자예산'은 일시적인 게 아니다. 이는 현 단계 미국 자본주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자, 이를 돌파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뜻한다. 공화당은 미국 경제의 활로를 전시 자본주의 체제로 몰아가는 데서 찾고 있다는 얘기다.
군사적 케인스주의
현재 미국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가지 축은 '강한 달러'와 '가계의 꾸준한 소비지출'이다. 2000년 4분기부터 시작된 미국 경제의 불황이 이전 불황과 두드러지게 다른 특징은 가계의 소비지출이 급속히 감소하지 않고 꾸준히 유지됐다는 것이다. 2001년 3분기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99.8%로 전분기 100.8%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설사 미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해도 가계의 소비지출이 늘어날 여력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강한 달러'는 거대한 무역적자와 차입에 바탕한 가계 소비를 유지시키는 핵심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또한 반테러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비 조달을 위해서라도 '강한 달러'는 필수적이다.
현재 미국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당연하다. 자본은 궁극적으로 소비 지출이 늘어나 구매자가 늘어나지 않는 한 투자를 감행하지 않는다. 부시 정권은 그 공백을 군사지출 증가를 통해 메우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시 정권의 적자예산은 '악의 축' 발언으로 상징되는 끊임없는 긴장 조성을 통해 그 유효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선언에 해당한다.
지난 2월 초 미국 국민계정 잠정수치들이 발표됐을 때, 대부분의 관심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이 전분기보다 0.2% 늘어났다는 데 쏠렸다. 이는 전반적으로 1% 축소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예상에도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부터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미국 경제가 "회복 태세를 잘 갖추고 있다"며 "우리가 겪은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면, 이를 불황이라기보다는 '모조 불황'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대책 없는 낙관론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물가가 전분기에 비해 0.3% 하락했다는 사실은 거의 주목을 받지 않았다. 물가가 떨어진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4분기 플러스 성장률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지출이었다. 소비지출은 지난해 3분기 1% 늘어난 것과 비교해 4분기 5.4% 상승했다. 내구소비재에 대한 지출이 38.4%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는데, 특히 일시적인 무이자 할부판매의 결과로 자동차 구입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강조한 것처럼, "이 효과가 없었다면 4분기 경제성장은 2.5% 이상 하락했을 것이다."
반면 지난해 4분기 기업들의 투자는 12.8% 감소했다. 3분기 감소폭 8.5%를 훨씬 웃돈 것이다. 자본투자는 현재 4분기 연속 줄어들었고, 반전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설비가동률은 4분기에도 계속 떨어져 현재 1983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존 공장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이 놀고 있는 데다, 물가까지 내리고 있어 금리가 아무리 낮게 떨어진다고 해도 실질금리는 그리 낮아지지 않게 된다. 결국 기업들은 계속 신규투자를 더 꺼릴 수밖에 없다.
특히 내구재 지출의 증가에 따라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가운데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가계의 할부 상환 금액(debt service: 장기 차입금의 원리금 상각용 적립금으로 해마다 계상하는 충당금) 수준 역시 기록적으로 높아져 왔다는 것이다. 이는 금리나 실업이 높아질 경우 높은 채무불이행 위험을 가리키는 것이다. 가계부채 '확장'의 정도는 소비자신용 증가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110억 달러 증가한 뒤, 소비자신용은 11월 200억 달러의 기록적인 증가를 나타냈다.
진보적인 재정적자 정책 절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에 일어났던 것과 같은 소비지출의 계속적인 증가를 통해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폴 크루그먼은 미국 경제가 W자형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현재 미국 경제는 바닥을 친 것이 아니며, 조금 회복되다 다시 깊은 바닥으로 향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군비지출이 적절한 유효수요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때문에 미국 경제는 나머지 세계경제를 끌어올리는 성장의 엔진을 계속하기도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설사 월스트리트의 기대대로 이런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고 해도, 미국 경제는 지속될 수 없는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연간 4천억 달러가 넘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의 4% 수준이다. 아마도 미국 경제가 세계경제를 지탱하기에 충분한 속도로 성장한다면, 경상수지 적자는 2003년께 국내총생산의 6%로 커질 것이다. 이 수준에서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미국은 나머지 세계로부터 하루 20억 달러의 자본유입이 필요하다. 더 큰 우려는 그런 상태에 도달하기 전 달러는 신뢰의 위기를 맞을 것이고, 이는 금리 상승과 함께 미국 경제를 급속한 불황으로 몰고 갈 것이다.
결국 미국 경제의 최후의 보루는 진보적인 적자재정일 수밖에 없다. 감세의 90%가 부유층으로 향하는 부시의 반동적인 감세가 아니라, 교육·복지·철도·의료 등에 대한 대규모 사회적 지출일 수밖에 없다. 제롬레비연구소 등 비주류인 미국 포스트케인지언 학계에서는 올해부터 앞으로 5년 동안 가계부채가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6천억 달러의 재정 투입이 있지 않으면, 미국 경제는 높은 실업과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미국 실업보험은 실업자에게 26주만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부시 정권은 이 실업급여 급부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2월 첫째 주 실업급여 혜택기간이 만료된 미국 실업자는 8만 명이 넘는다. 오는 6월까지 이 숫자는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지배의 하원은 최근 실업급여 급부기간을 13주 연장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에서는 미국 경제가 올해 2분기부터 본격 회복될 것이라는 대책 없는 낙관론이 대두하고 있다. 정말 상식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정신인가?
http://klsi.org/bbs/board.php?bo_table=B07&wr_id=286
엔론 사태로 본 미국 자본주의의 허실
클린턴 행정부 때 상무부 차관을 지낸 제프리 가튼 예일대 경영대학장은 최근 9·11테러 이후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신경제'에서 '포위경제'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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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고장났다"는 경제학자들
평범한 사람들 富 축적 과정서 소외"

경제학자 사이에서도 원론적인 경제 원칙만 되뇌며 대중을 꾸짖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지금껏 세계의 성장을 이끌어온 자본주의에 고장난 곳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자본주의를 지지하지만 그걸 좀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말 출간한 《제3의 기둥: 시장과 국가는 어떻게 공동체를 소외시켰나》에서 “현재 자본주의의 문제를 리바이어던(국가)의 실패나 비히모스(시장)의 실패로 규정할 수 없다”며 그것은 ‘공동체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라잔 교수는 1·2차 세계대전 후 복구를 위해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기술이 발전하던 좋은 시절이 끝나고 성장 속도가 늦춰지기 시작한 1970년대 문제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유럽의 엘리트들은 유럽연합(EU)으로의 통합을 추진하는 데 정신이 팔려 평범한 사람이 뒤처지는 것을 신경 쓰지 못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등장한 ‘슈퍼스타’ 기업들과 주주이익을 우선하는 기업 정책도 대중의 소외와 부의 쏠림현상을 가속화했다.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되는 ‘능력주의’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돈을 많이 받는 일자리를 구하려면 더 많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좋은 교육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도시의 고소득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에 비해 지방의 저소득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고소득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다. 기회의 평등이 체감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폴 콜리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작년에 내놓은 《자본주의의 미래》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능력주의로 인한 대도시로의 자원 집중과 세대 간 대물림, 주주만을 위하는 기업 정책 등이 불만을 누적시켰다는 것이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은 고등교육과 좋은 일자리를 찾아 뉴욕, 런던과 같은 대도시로 떠난다. 가장 좋은 자원은 대도시에, 몇몇 대기업에, 그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과 그 자녀들에게 대부분 분배된다. 여기에서 소외된 지방 공동체엔 분노가 쌓여왔다.
양극화가 궁극적으로 국가에 대한 결속감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닌 가네시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돈 많은 카탈루냐 지방이 스페인에서 분리 독립하려 하듯, 앞으로는 대도시가 비생산적이고 가난한 지방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거절하고 재정 독립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는 이들이 지목한 선택과 집중, 도시화, 고등교육, 능력주의, 주주이익 강조와 같은 것이 모두 현재 자본주의의 핵심 요소로서 어느 하나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런 상황을 두고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한 시스템을 망가뜨려 놓고 계속 그 시스템의 미덕을 찬양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경제학자들이 문제는 나름대로 진단하면서도 속시원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라잔 교수는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한 ‘포용적인 로컬리즘(지방주의)’을 제시했다.
그러나 디턴 교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라잔 교수 등의 시각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쪽에 더 기울어 있다. 디턴 교수는 “능력주의라는 램프의 요정을 한 번 밖으로 꺼낸 이상 다시 집어넣을 수 없다”며 “지역 공동체와 로컬리즘 정책이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해결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기회의 평등에 대한 불만이 계속 커지고, 그래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요)’이라는 인식이 젊은 층에서 계속 확산된다면 자본주의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이 더욱 득세할 것이라는 점이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9032251861
"자본주의가 고장났다"는 경제학자들
"자본주의가 고장났다"는 경제학자들, 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 "기술발전·능력주의로 양극화 심화 평범한 사람들 富 축적 과정서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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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실패에서 배운다] ②양극화와 불평등 치닫는 미국
[더밸류뉴스=정세진 기자] "미국인 중 40%가 병원비와 자동차 수리비같이 기본 삶에 필요한 400달러(약46만5,000원)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당 15달러(약1만7000원. 미국 연방 평균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일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미국 어느 마을에 가서 살든지, 당신이 백인이든 히스패닉(라틴계)이든 혹은 흑인이든지 간에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계 최대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를 비롯한 매체와 인터뷰를 가질 때마다 “미국이 둘로 쪼개졌다”는 말로 미국 내 소득 양극화를 지적하고 있다. 다이먼은 "미국을 둘로 쪼개는 것은 예전에는 인종차별이었지만 이제는 빈부격차"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빈부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연구기관 유나이티드웨이는 지난해 발표한 `미국인의 40%가 기본생활비에 허덕인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를 향하고 증시 수익률은 최고 수준에 이르렀던 2016년경 소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인 중 40%가 임대료, 교통비, 아동 보육비나 휴대폰 요금 같은 기본 소비를 하는 데만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 미국,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16배 더 벌어
미국 인구조사국과 노동통계국 최근 데이터를 보면 월스트리트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미국의 지니계수는 꾸준히 늘어 0.5를 향해가고 있다. 2017년 지니계수는 0.482다.
지니계수는 대표적인 분배지표로 0~1 사이 값이다. 숫자가 커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이며, 통상 0.5를 넘으면 폭동 등 극단적인 사회 갈등에 이를 만큼 불평등이 `매우 높은 상태`이다.
2017년 미국 상무부 조사결과 미국의 소득배율은 16.61로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16.61배를 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득배율이란 월 평균 소득이 작은 가구부터 큰 가구 순으로 일렬로 세운 뒤 최상위 가구의 소득을 최하위 가구의 소득으로 나눠 구한 값으로 빈부격차가 클수록 소득배율 값이 커진다.
미국의 부의 불평등현상.[이미지=더밸류뉴스]
이처럼 미국 국민의 소득 양극화가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 경제가 ‘부활’했다고 여겨지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계속 감소 추세를 보였고 1970년대 중반까지도 소득분배 불평등도는 중간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그 이후 분배지수가 지속적으로 악화됐고 1990년대에는 더 빠르게 악화됐다. 미국은 지금 소득 분배에 있어서는 불평등도가 아주 높은 수준의 국가가 되어 있다.
‘상위 1%’의 소득비중 추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 상위 1% 소득비중은 조금씩이나마 감소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그 후로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5년 11.1%에서 1977년 7.9%로 떨어졌다. 반면 1980년 8.2%, 1990년 13.0%, 2000년 16.5%, 2010년 17.5%, 2015년 18.4%로 올라갔다. 약 30년 동안에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비중이 2.3배 가량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권을 가능케한 '트럼프 현상’은 이러한 ‘1% 대 99%’ 구도에 대한 좌절감과 불만이 정치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단순히 블루컬러 백인들만이 아니라 상당수가 화이트컬러 백인 근로자들이다.
오늘날 미국 내에서 구조조정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위협받거나, 자신의 역량보다 훨씬 낮은 보수를 받으며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블루컬러만 아니라 화이트컬러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 등 21세기 지식집약 산업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는 자부심을 갖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임금상승의 사다리가 없어지고 실업의 위협에 처하게 된 상황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주었다.
특히 회사에서 어느 정도 성공해서 임금을 많이 받는 중상위권 엔지니어나 관리자들이 구조조정의 집중적인 대상이 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상대적 고임금 근로자들에게 가는 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기업들은 해외로 아웃소싱을 하거나, 값싼 외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들의 불만은 미국 자본주의의 시스템이 아닌 외국인이나 교역상대국에게 향하게 된다.
◆ 버니 샌더스, "금융자본가가 미국 양극화에 책임"
민주당 대통령 후보지명 경선자였던 버니 샌더스는 오늘날 미국 경제가 양극화된 주범으로 월가의 금융 자본가들을 지목했다. 반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트럼프는 미국 사회문제의 적을 외부에서 찾는 전형적인 극우파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들과 교역상대국들을 공격한다. 그리고 많은 미국인들은 강한 미국 건설이라는 트럼프의 메시지에 환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트럼프의 강경한 대외정책은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강과 자동차 관세폭탄 선언으로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가 하면, 한국GM 철수 소동의 뒷배에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이 있었다.
미국 사회가 한때 든든한 중산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영자본주의가 있다. 경영자본주의 체제에서 미국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펀드자본주의가 압도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금융투자자들의 힘을 더 강화하면서 경영자본주의는 총체적 위기를 맞아 몰락했으며 중산층의 몰락도 비슷한 시기 이뤄졌다.
스톡옵션을 확보한 미국 CEO들의 연봉은 1978년 이후 평균 10배 가량 높아졌다. 금융투자의 수익도 크게 늘어 톱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수입이 톱 CEO들 수입의 10배에 이르게 됐다. 이 자금의 상당부분은 경영에 필요한 경상비용도 포함하고 있어 근로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더 많이 일하고 덜 받는’ 시스템 속에 편입됐다. 미국 근로자들이 일본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된 시점 역시 1990년대 무렵이다.
◆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 양극화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한국의 소득분비 역시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한때 경제민주화 논의의 타깃이 된 대상은 소수의 재벌 기업들이었지만 실제로 중산층 몰락과 양극화를 가져온 주체는 미국식 ‘글로벌 스탠다드’를 카피한 구조조정에 있다.
일반 서민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한편 대기업과 금융기관 임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이 때 일어났다. 또 자본시장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적극 개방되면서 고액 연봉을 주는 외국계금융기관, 컨설팅회사, 회계법인, 로펌 등의 진출이 활성화됐다.
그런가 하면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할 시중은행들이 이른바 ‘대마불사’의 논리에 의해 살아났으나, 이들을 생존하게 해 준 서민들은 오히려 금융시장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이제 대다수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예전처럼 저축을 통해 부를 축적하기 어려워졌고, 반대로 내집 마련이나 사업을 하기 위한 은행 대출 문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기업들이 ‘주식시장 위주 모델’로 구조조정되면서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한국으로 무대를 바꿔 재현됐다.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을 꺼리게 되는 한편 강력한 금융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배당, 자사주매입 등의 형태로 외부에 유출되는 돈이 많아지고 임금 상승이 억제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과거 대기업 위주 발전모델을 바꾼다면서 벤처육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벤처는 본래부터 ‘대박’을 노리는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득균형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직도 정계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말할 때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으로 인한 소득격차를 탓하며 내수회복과 상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물론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외국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던 1980~90년대의 소득분배는 오히려 지금보다 공평하게 이뤄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제 경제 양극화의 진정한 원인을 재탐색하는 동시에 ‘투자-고용-분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재벌들에게 ‘투자-고용-분배’의 주체로서의 위치를 되찾게 하는 한편 기관투자자들은 주주가 아닌 주관재인으로서 원래의 기업 고객이라 할 수 있는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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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자본주의 실패에서 배운다] ②양극화와 불평등 치닫는 미국
미국인 중 40%가 병원비와 자동차 수리비같이 기본 삶에 필요한 400달러(약46만5,000원)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당 15달러(약1만7000원. 미국 연방 평균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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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제 세계경제의 중심 아니다, 한계 분명해진 자본주의
초기 미국 자본주의는 미국의 탄생지인 북동부의 뉴잉글랜드 지역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얼마 후 이윤 추구로 인해 많은 자본가가 이 지역을 떠나 뉴욕과 대서양 중부 지역으로 생산을 옮겼다. 이후 고용주들은 뉴욕과 대서양 중부를 버리고 중서부로 다시 이주했다. 미국 자본주의의 중심지는 극서부, 남부, 남서부로 이전하면서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됐다. 이 때 버려진 곳들에는 페쇄된 공장과 침체된 마을만 남아 ‘러스트 벨트’, ‘탈산업화’, ‘제조업 사막’과 같은 용어가 적용됐고, 이런 지역은 하나 둘씩 늘어났다.
자본주의 중심지의 이동이 미국 내에 머무르는 동안은 버려진 지역 주민의 고통과 경고는 국가적 이슈가 되지 않고 지역적 차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많은 생산시설과 투자가 미국 밖의 다른 국가, 특히 중국으로 이전했다. 이런 자본주의의 이탈을 둘러싼 논란과 위기감은 계속되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미국 자본주의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하이테크 분야조차도 다른 곳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다른 국가의 시장이 미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임금도 훨씬 더 낮았다. 점점 더 많은 미국 자본가가 자기보다 먼저 중국으로 이전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 수익률을 보이는 유럽, 일본, 그리고 같은 미국의 자본가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미국을 떠나야 했다. 갈 곳은 많았다. 중국 외에도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에도 성장하는 시장과 저임금을 갖춘 나라가 많았다.
이전한 미국 자본의 높은 수익률은 더 많은 미국 자본의 이전을 불러왔고, 이익의 증가는 다시 미국 증시 상승으로 이어져 소득과 부의 큰 중가를 가져왔다. 그 소득과 부는 주로 이미 부유해진 기업 주주와 기업 최고 경영진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미국을 떠나는 것이 오히려 미국 사회 전체에 큰 이득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고, 이에 자금은 지원했다. 그 이데올로기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확산됐고, 극소수의 최고 부유층의 더 높은 수익이 자본가가 미국을 포기한 주요 이유이자 결과라는 중요한 사실을 숨기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효율성 극대화에 필요하다며 자본가의 ‘자유로운 선택’을 정당화하는 오래된 경제 이론의 새로운 버전이다. 신자유주의에 따르면 정부는 자본가의 이윤 중심적 결정에 대한 규제나 기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자본가가 생산의 해외 이전을 선호하는 것을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칭송했다. 자본가가 전 세계적으로 공급되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자유로운 선택’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을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 자본가의 자유로운 선택, 세계화를 찬양하는 자본가의 핵심 주장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모든 시민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일부 노조 등의 소수 반대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치인, 대중매체, 학자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런데 자본의 이전은 서유럽, 북미, 일본 등 자본주의의 구 중심지를 현재의 위기로 몰고 갔다. 첫째, 구 중심지의 실질임금이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일자리를 수출한 (특히 제조업의) 고용주는 실질임금을 올려주지 않았고, 그렇지 못한 (특히 서비스업의) 고용주는 일자리를 자동화했다. 미국의 일자리 증가가 멈추자 임금의 증가도 함께 멈췄다. 세계화와 자동화로 인해 기업 수익과 주식 시장이 상승한 반면 임금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면서 자본주의의 구 중심지에서는 소득과 부의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졌고, 이는 사회 분열의 심화와 오늘날의 자본주의의 위기로 이어졌다.
둘째, 다른 많은 가난한 국가와 달리 중국은 자본가의 투자를 국가의 개발 계획과 경제 전략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이념과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중국은 중국에 진출하는 자본가에게 선진기술의 공유, 그리고 중국 생산자와 본국의 유통 채널 간의 파트너십을 요구했다. 중국은 수출 우선의 경제 전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진출하려는 시장의 유통시스템에 대한 접근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에 중국과 월마트와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 간에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이 발전했다.
중국 공산당의 공식 이념인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강력한 개발 중심의 정당과 국가를 요구했다. 당과 국가는 민간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가 혼합된 경제를 함께 감독하고 통제했다. 이 모델에서는 민간 고용주와 국가 고용주가 각자의 기업에서 다수의 직원을 직접 고용한다. 두 고용주 모두 명확한 경제적 목표가 있는 당과 국가의 전략적 지시를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특히 GDP 성장률에서 서유럽, 북미, 일본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부터 더 많은 이득을 얻었다.
중국은 자본주의의 구 중심지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변화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미국의 쇠퇴는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에 기여했다. 2차 대전으로 탄생한 미국 제국에게 중국과 브릭스 동맹국은 처음 등장한 심각하고 지속적인 경제적 도전국이다. 지금까지 이런 변화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분노, 도발, 부정의 혼합이었다. 이는 위기에 대한 해결책도, 변화된 현실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방법도 아니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본주의의 지리적 이동, 중국의 부상,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적 쇠퇴 가속화의 주요 결과가 무엇인지 드러냈다.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 제재 전쟁은 루블화의 가치 폭락이나 러시아의 경제적 붕괴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런 실패는 러시아가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브릭스 동맹으로부터 결정적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동맹, 특히 중국과 인도는 자본의 이동에 따른 외국과 국내의 투자로 강력해져 서방 시장이 러시아 수출을 봉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게 대체 시장을 마련해줬다.
자본주의 구 중심지의 경제적 위기는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다. 고임금 일자리의 수출과 자동화로 인해 더욱 심화된 미국의 빈부격차는 ‘거대한 중산층’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켰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아메리칸 드림’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던 근로자가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대학 등록금을 빌려야 하는) 근로자의 자녀도 부모세대와 같은 상황이나 더 나쁜 상황에 처했다. 노동계급의 생활 조건이 계속 악화되면서 노조 결성 운동, 파업, 좌우파 ‘포퓰리즘’ 등 각양각색의 저항이 일어났다. 설상가상으로 대중매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은 극소수의 부유층을 찬양했다.
미국에서는 사회 분열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버몬트 무소속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의 2016년 대선 돌풍, 백인우월주의, 노조 조직화, 파업, 노골적인 반자본주의, 정치적 극단주의와 같은 현상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국민의 대다수가 자본주의에 버림받은 후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 배신에 대한 서로 다른 설명은 미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위기감을 더욱 악화시킨다.
자본주의의 중심지가 이동함으로써 중국과 그 동맹국으로 구성된 브릭스 국가의 총 GDP가 미국과 그 동맹국으로 구성된 G7보다 훨씬 높아졌다. 글로벌 사우스의 모든 국가는 개발 원조를 요청할 때 이제 서방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에 투자할 때도 당연히 공여국과 수혜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투자 구조가 짜여 있다. 이 관계가 제국주의적인지 아닌지는 투자 구조의 세부사항과 순이익의 균형에 따라 달라진다.
브릭스 국가가 얻는 이득은 상당할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관련 제재를 조정하면서 브릭스 국가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브릭스 회원국 간의 경제적 협력도 강화했다. 기존의 경제적 연계와 회원국 간의 공동 프로젝트가 증가한 것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도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최근 추가로 브릭스 가입을 요청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기존의 중심지를 버리고 이동하면서 구 중심지의 사회적 문제와 분열은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윤이 여전히 구 중심지로도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그곳에서 이윤을 챙기는 사람들은 국가와 자신을 속이고 글로벌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 이윤은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을 급격히 악화시켜 구 중심지의 사회적 위기는 더욱 심화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의 거의 모든 산업을 휩쓸고 있는 노동 투쟁의 물결은 이런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반영한다. 우익 선동가와 활동가가 다양한 소수자를 히스테리적으로 희생양으로 삼는 것도 악화되는 국민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또 다른 예이다. 여러 사회 문제의 근원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예이다. 이 모든 것이 오늘날 구 중심지의 위기를 구성한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중심지에서도 국민의 마음이 동요하고 있다.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적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과 국여 기업 모두가 고용주 대 종업원이라는 낡은 자본주의 모델을 유지하는 직장 조직이 바람직한가? 지속가능한가? 소유의 고용주 집단이 직장 내의 대부분의 주요 결정을 독점적으로 감시 없이 내려도 좋은가?
이는 명백히 비민주적인 방식이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중심지에 있는 노동자는 이미 이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일부는 이 시스템에 도전하고 반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중심지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곳에서는 노동자가 직장에서 자본주의의 잔재에 종속되는 것을 거부할 가능성이 더 높고, 더 빨리 저항할 것이다.
https://vop.co.kr/A00001637316.html
미국은 이제 세계경제의 중심 아니다, 한계 분명해진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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