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우리말 빛깔이름은 본디 ‘검다’, ‘희다’, ‘붉다’, ‘푸르다’, ‘누르다’ 다섯 가지이다. 이 말들에서 각각 ‘까맣다, 하얗다, 빨갛다, 파랗다, 노랗다’란 말들이 생겨나 쓰이고 있다. ‘오색찬란하다’고 할 때의 오색이 바로 검정, 하양, 빨강, 파랑, 노랑이다. 여기에 ‘색’이란 말을 붙이면, 빨강은 빨간색, 노랑은 노란색, 파랑은 파란색 들과 같이 된다. 그러니까, ‘색’을 떼고 말하면 ‘빨강’이 되고, ‘색’을 붙여서 말하면 ‘빨간’으로 쓰는 것이다. 빨강과 빨간색, 노랑과 노란색, 파랑과 파란색은 같은 말이다.
무지개 빛깔 가운데 우리 토박이말은 ‘빨강’, ‘노랑’, ‘파랑’ 세 가지뿐이다. 이 세 가지 빛깔을 모든 색의 근원이 되는 ‘삼색’이라고 한다. 나머지 빛깔 중에 ‘주황’, ‘초록’, ‘남색’은 한자말이고, 마지막에 있는 ‘보라’는 몽골에서 들어온 말이라고 한다. 우리말 곳곳에는 몽골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몽골 풍습 가운데, 매를 길들여서 사냥을 하는 매사냥이 있었는데, 매사냥에 쓰이던 매가 바로 송골매와 보라매이다. ‘매’는 우리말이지만, ‘송골’과 ‘보라’는 몽골에서 들어온 말이라고 한다. 보라매의 앞가슴에 난 털 빛깔을 보라매의 빛깔, 곧 ‘보라색’이라고 불러왔다는 것이다.
우리말은 빛깔을 감정과 느낌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감각어가 아주 발달되어 있다. 빨강을 나타내는 말이 영어에서는 ‘Red’ 하나 정도라고 생각해 볼 때, 우리말에서는 그냥 ‘빨갛다’가 아니라 ‘붉다, 검붉다, 뻘겋다, 새빨갛다, 발그레하다, 불그스름하다, 불그죽죽하다’ 등 갖가지 표현이 가능하다. 노랑과 파랑, 하양, 검정 들과 같은 빛깔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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