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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페미니즘의 확산은 출산율을 높일까? 낮출까?

by Asa_v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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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기 좋은 세상을 유지하며 출산율을 높이길 원하지, 부모가 감당할 수 없는 출산을 강제하거나 여성이 출산밖에 할 수 없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 기사 본문 中

진보당과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2023년 3월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115주년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필자가 서울에서 열린 저출산과 인구위기 관련 한 포럼에서 본 일이다. 이름난 학자가 인구위기의 원인과 대응방안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고 청중 질문을 받는데, 어느 나이 지긋하신 분이 (아마 관련 분야 학자인 듯하다)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 여성들 사이에 페미니즘(여성주의)이 널리 퍼져 결혼과 출산의 비용이 크다고 인식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연사가 여러 질문을 모아서 답을 하다가 그 질문은 깜빡한 모양이라 연사의 생각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질문 자체는 고려할 만하다. 역사적으로 (여성주의 운동의 주요 성과인) 여성의 권익 향상과 출산율 하락이 같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오늘날에도 여성주의에 대한 태도가 높을수록 출산의향도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무엇보다 요즘 화두인 성별 충돌과 남녀혐오의 현장에서 종종 등장하는 주장이다. 정말로 여성주의와 저출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며, 이에 대해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하는 것일까?

한편 여성주의 운동을 강화하고 여성의 권익을 더 신장해야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여성이 받는 여러 차별과 불평등한 양육 부담을 완화해야 여성이 부담 없이 출산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일까?

여성주의 운동의 시초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여성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대충이나마 파악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학자로 여성주의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주로 공부하는 분야에 성별 경제학(gender economics)이 있으므로 이해하는 만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보통 여성주의 운동의 시초는 19세기로 본다. 초기 여성주의 운동가들은 인간의 이성과 인권을 강조한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아 여성의 교육받을 기회, 투표할 권리 등을 주장하였고 이 덕분에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남녀 모두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여성의 권익 향상으로 표현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남자에 비해 사회적으로 불리한 원인을 줄여서 여성의 위치가 과거에 비해 덜 억압받게 되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법적·제도적 개혁을 통해 성별 간 기회와 권리의 평등을 추구하는 운동을 자유주의적 여성주의(liberal feminism)라 하며 오늘날 주류를 이룬다. 제도 내 개혁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진정한 남녀 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 극단적 여성주의(radical feminism·여성학자 브리앤 파스 참조)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에 더 적합하다고 믿는 여성우월주의(female chauvinism)도 있는데, 인간의 우월성이 성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남성우월주의와 비슷하다. 여성우월주의는 학계의 기반이 없고 주류 사회의 공감대를 얻지 못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여성주의와 출산율 사이 상관관계는 어찌된 일일까? 일단 남녀 간 격차가 작은 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는 여성이 덜 억압받는 나라의 가구 소득이 전반적으로 높고, 가구 소득이 높아질수록 자녀의 숫자보다 교육수준에 집중하면서 출산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화가 진행되어 소득이 높은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에 비해 여성 노동참여율이 높고 출산율도 낮다. 현대의 산업구조는 근력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모든 성별의 재능을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족계획에 여성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되면 출산율이 떨어진다. 출산·육아의 부담이 더 많이 몰린 쪽의 출산의향이 보통 더 낮기 때문이다. 가정 내 여성의 권리 신장과 먹는 피임기술의 발달이 여기에 기여했다.

다시 말해서 여성에 대한 억압 해소가 출산율을 낮출 수 있지만, 이는 부모가 원하지 않는 출산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기 좋은 세상을 유지하며 출산율을 높이길 원하지, 부모가 감당할 수 없는 출산을 강제하거나 여성이 출산밖에 할 수 없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글 초반에 페미니즘이 저출산의 원인이냐고 질문한 분도, 오늘날 첨예한 성별 갈등도 이런 여성의 권익 향상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성별 갈등이 지속되고 여성주의가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오늘날 양성평등 정책에 불합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남녀 간 사회적 격차에 기반을 둔 성평등 지수를 바탕으로 여러 국가를 평가한다. 성평등 지수를 가장 빨리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눈에 보이는 격차를 인위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군이나 직위 내 일정 비중 이상 여성을 고용하거나 승진시키도록 정책적으로 강제하면 성평등 지수가 즉시 개선된다.

이러한 정책은 부작용이 클 뿐만 아니라 여성의 권익을 개선하지도 못한다. 노동력을 능력과 관계없는 성별을 기준으로 배치하는 일은 비효율적인 자원 분배이므로 노동생산성을 낮춘다. 또한 직무와 무관한 기준으로 고용이나 승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별이다. 무엇보다 성별 격차의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므로 정책이 사라지는 순간 격차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여성주의와 출산율 상관관계 떨어져

개인의 성취가 성별과 무관한, 진정으로 성별 격차가 없는 사회가 되려면 격차의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 과거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서 성별 간 능력의 격차를 줄였고, 이로 인한 사회적 격차 감소는 지금도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출산·양육의 부담을 오롯이 지우는 문화적, 법적 제도를 바꿔야 한다.

이렇게 여성의 권익을 신장해서 성별격차를 해소하면 출산율이 올라갈까? 스웨덴의 인구학자 마틴 콜크(Martin Kolk)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 중에서 성별 격차가 작은 나라의 출산율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 나라 안에서 성별격차가 줄어듦에 따라 출산율이 의미 있게 올라간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이제상·송유미의 2023년 연구에서는 선진국의 성별격차 해소가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였지만 그 정도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출산·양육은 부모와 공동체 모두의 힘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력 단절 방지, 주거공간 확보 등이 더 시급하며, 성별 격차는 이러한 문제와 부분적으로 겹칠 뿐이다.

다시 글 처음에 제시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여성주의가 저출산 문제의 원인인가? 성별 격차가 해소되며 출산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이는 오늘날의 문제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과거에 있었던 여성에 대한 억압이 돌아오면 출산율은 오르겠지만 그런 세상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이 부모의 삶에 직접적으로 가하는 제약을 해소하고 양육에 필요한 생활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의 비용이 높다는 인식을 가지는 이유는 그 비용이 높기 때문이지 여성주의 때문이 아니다.

김준형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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