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주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노동자대회 성별 임금격차 타파·돌봄노동 근무환경 개선 목소리 동덕여대 투쟁 연대 발언도…“여성혐오 사회 끝장내야”
8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여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세원 기자
"성평등한 미래로 여성 노동자가 앞장서자!"
제117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전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차별 없는 일터와 성평등한 미래를 외쳤다.
양대 노총과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6개 노동자 단체가 모인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이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여자들은 차별 없는 일터와 평등한 미래 실현를 위해 △성평등 노동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 △성별 임금격차 타파 △모두에게 평등한 일터 △성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 △차별금지법 제정에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첫 발언에 나선 정연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여성 혐오와 배제를 부추기고, 구조적 차별을 부정하며 반여성기조로 일관해온 정권은 결국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우리의 일상까지 무너뜨렸다"며 "분노한 시민은 광장으로 모였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광장의 주축은 바로 우리 여성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퇴보한 성평등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다시 여성의 힘이 필요하다"며 "차별 없는 평등한 미래를 열기 위해 여성 노동자의 이름으로 함께 투쟁하고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권수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이 8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여성노동자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연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상임부위원장,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김세원 기자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성 노동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OECD회원국 중 최고다. 이것이 대한민국 여성 노동자의 현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성평등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시도하며 여성 노동의 가치를 폄하했다"며 "당장 헌재에서 탄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를 이어 채용 성차별과 성별 임금격차, 돌봄 노동의 실태를 고발하는 현장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남녀공학 전환과 학내 비민주적 절차로 내홍을 겪고 있는 동덕여대 구성원들을 위한 연대 발언도 나왔다.
동덕여대 졸업생인 김강리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대학 본부의 독단적인 공학 전환으로 촉발된 점거 농성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내가 인사 담당자라면 동덕여대 거를 듯'이라 적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인터넷에 떠도는 말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로부터 한 기업이 동덕여대 사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후배로부터 기업이) 서약에 관해 발설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겁박까지 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는 대학 본부를 향한 목소리조차 채용 성차별로 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사이버불링을 당한 여성 아이돌과 '여성들에게 왕자는 필요 없다'는 문구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여성 성우, 집게손가락 모양을 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를 당했던 여성 노동자들 다음에 민주동덕이 있다"며 "지금 여기서 여성 노동자의 숨통을 조이는 여성 혐오적 사회를 끝장내자"고 호소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구성원들이 8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여성노동자대회가 끝난 뒤 행진하고 있다. ⓒ김세원 기자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전 세계 취업자 10명 중 1명은 돌봄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사노동, 육아와 비슷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도 매우 불안정하다"며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제조업, 중소기업 다음으로 많은 것이 돌봄 노동자 규모다. 하지만 올해 새로 입사한 돌봄 노동자의 시급과 20년 동안 일해온 돌봄 노동자의 시급은 1만3천원"이라며 "돌봄 노동자들이 존중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한다. 돌봄 기본권을 주장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편 이날 여성노동자대회에서는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노래패연합의 공연도 진행됐다.
교사들은 공연 후 "안티 페미니즘과 딥페이크 성착취 문제 외에도 학생들이 차별과 혐오, 배제 등 극우화된 모습을 보여 우려스럽다. 또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평등 교육을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포괄적 성교육과 민주시민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꿔 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외에도 이날 여성노동연대회의는 노헬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과 박지수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의 선언문 낭독이 끝난 뒤 깃발을 들고 경복궁 동십자각까지 행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