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70723.html
# 비상계엄
- 어제밤 10시33분, 집에 있던 중 갑자기 회사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데, 도무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종이신문 마감시간에 맞춰 급히 관련 사설을 넘긴 뒤, 택시를 타고 회사로 달려왔습니다. 임원 및 편집국 주요 간부들과 일부 논설위원들도 회사에 속속 도착했습니다. 계엄이 선포되면, 군이 언론사 입구를 막고 진입을 통제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태가 얼마 못 갈 것이라는 생각은 했으나, 며칠 묵을 속옷과 양말 등을 챙겼습니다. 한겨레는 이날 호외(4쪽)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한밤의 ‘용산발 계엄’은 153분 만에 진압됐습니다.
- 이제 책임질 일이 남았습니다.
1. 밤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나?
- 혹 어젯밤 일찍 잠자리에 드신 분이라면, 아침에 일어나 어리둥절 했을 수 있습니다.
1)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3일 밤 10:28)
-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발의와 예산 감액을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들어
-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
2) 국방장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지시(밤 10:49)
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반대(밤 10:49)
- “비상계엄 선포 잘못...국민과 함께 막겠다”
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대(밤 10:56)
- “무너지는 민주주의 지켜달라...국회 와달라”
5) 우원식 국회의장, 의원들에게 공지(밤 11시께)
-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
6) 계엄사령관 임명(밤 11:25)
- 계엄사령부 설치,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임명
7)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발표
-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 각급 부처에 ‘비상 대기’와 ‘긴급 소집령’
8) 의원들, 국회로 집결(밤 11시~새벽 1시)
- 경찰이 국회의사당 정문과 측문을 막아, 의원들이 담을 넘어 본청에 진입
9) 계엄군, 국회 진입(밤 12시7분)
- 국회 경내 진입. 일부 계엄군, 국회 본청 유리창까지 깨고 건물에 진입
- 이후 계엄군과 국회 직원·보좌관 대치
10) 국회 표결(새벽 1:01)
- 190명 의원 참석, 190명 찬성(국민의힘 의원 18명 포함)
- 우원식 국회의장,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 따라 계엄령 선포 무효”
11) 국회, 국방부에 계엄해제 요구 통지(새벽 2:01)
12) 윤 대통령, 2차 담화(새벽 4:27)
- 비상계엄 선포 해제
-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
13) 국무회의(새벽 4:30)
- 계엄 해제안 의결
2. 도대체 왜?
- 윤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요.
- 표면적인 이유는 야당의 정부 관료 탄핵과 예산안 감액입니다.
- 그러나 이와 함께 오는 10일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반대 입장이 분명하지 않아 윤 대통령 부부를 불안하게 한 건 아닌지, 그리고 이것이 ‘계엄 선포’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태균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윤 대통령이 늘 그렇듯 이번 계엄선포도 너무나 즉흥적이고 준비(?)가 없어, 계엄선포도 야당의 공세에 대해 홧김(?)에 즉흥적으로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3. 계엄선포, 법적 절차는 지켰나?
1) 계엄 사유 해당되나?
- 일단 기본적으로 야당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와 예산 감액은 정부·여당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이는 국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따라서 비상계엄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 헌법이 명시한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정됩니다.
2) 국무회의 심의는?
- 계엄 선포 직전인 오후 9시께 국무회의가 열렸다고 전해집니다.
- 국무위원 절반 가량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 회의에 참석했는데, 대부분 왜 회의를 하는지 모른 채 왔고, 계엄 선포에 대해 대부분 반대했다고 합니다.
- 계엄 선포는 김용현 국방장관이 건의했다고 합니다.
- 그런데 대통령실은 계엄 해제를 할 때, 대통령은 ‘새벽이라 국무회의를 소집하지 못해 늦춰졌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밤 10시30분에 국무회의 열어 계엄선포하고, 국무위원들은 귀가했다는 말입니까. 이 기간동안 대통령실은 무슨 논의를 한 것일까요.
- 대통령은 국방장관 등 극소수 측근들과만 결정해 ‘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제대로 된 심의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3) 국회 통고는?
-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장에게 이런 계엄 선포는 통고되지 않았습니다.
4) 계엄 해제는 왜 그렇게 시간을 끌었나?
- 헌법 77조는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 그러나 새벽 1시에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한동안 대통령실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다가 4시30분이 되어서야 계엄 해제 입장을 밝혔습니다.
4.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하려 했던 것인가?
- 계엄 선포는 즉흥적으로 이뤄져 치밀함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동시에 나름의 계획은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계엄은 ‘국회 과반이 반대하면, 해제해야’ 합니다. 야당이 절대 과반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를 물리적으로 막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 어제부터 국회 주변에 경찰병력이 크게 배치됐습니다.
- 그리고 계엄 선포 직후에 계엄군은 국회를 향했습니다. 헬기가 국회 상공을 날았고, 계엄군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습니다.
-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야당은 일종의 ‘체포조’가 있었다고 합니다.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당 건물 안으로 진입한 계엄군들은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장의 군에까지 이런 의도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또한 현장의 군인들도 더 이상의 무리수를 두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또 의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계엄 해제를 의결했습니다.
5. 앞으로 어떻게 되나?
1) 대통령, 하야 또는 탄핵
- 민주당과 개혁신당은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습니다.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가를 비상사태로 만든 사람은 윤 대통령이고 이는 내란이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고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현재 진행중인 ‘김건희 특검법’과 별도로, 야당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 그리고 윤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입니다. 야당의 공세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람입니다. 이제 탄핵과 사법처리에 부딪치면, 그 다음에는 전시상황으로 나라를 끌고 가려하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듭니다. 당장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리수로 떨어질 것이고, 시민들의 ‘사퇴’ 요구가 거셀 것입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이 가장 큰 권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계엄선포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은 ‘친위 쿠데타’입니다. 당장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이미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의 마지막 5항을 보면,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돼 있습니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말입니까.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고 있습니다.
2) 특검법 통과
- 오는 10일로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 이전까지 ‘윤 대통령’이라는 위험요소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3) 국민의힘 내부 분란
- 오늘(4일) 아침 7시에 열린 국민의힘 의총에서는 온갖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내각 총사퇴, 대통령 탈당, 하야’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 심지어 친윤계도 윤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고 방어할 지 의문입니다.
4) 시민들
- 윤 대통령이 3일 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 처음에는 “계엄을 해제하라”는 구호가 나오더니, 이내 “윤석열을 체포하라”로 바뀌었습니다.
- 국회 앞에서 “계엄해제 독재 타도!”를 외치는데, ‘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얼마만에 듣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 시민들은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려 하자 그들을 가로막았습니다. 일부 계엄군은 시민을 뚫고 국회에 진입했지만 일부는 우회하며 후퇴하기도 했습니다.
- 윤 대통령은 스스로 정치적 자해행위를 했습니다.
- 국민의힘은 또 ‘탄핵’을 당하게 되면 당이 절단난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시민의 거대한 흐름에 맞선다면 그건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6. 언론
- 진보·보수 언론이 같은 목소리입니다.
1) 1면
- 각 언론의 1면 톱 기사 제목입니다.
경향 = 윤 대통령, 한밤중 비상계엄 선포
동아 = 尹 한밤 비상계엄… 국회, 2시간만에 해제
조선 = 尹, 비상계엄 선포… 국회, 150분 후 해제
중앙 =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 국회서 해제 가결
한겨레 = 시민·국회가 막은 계엄령…탄핵 여론 거세진다
한국 = 尹 불법 계엄, 국회 150분 만에 해제
2) 사설
한겨레 = 윤 대통령 계엄령,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경향 = 윤석열 대통령은 명분 없는 비상계엄 선포 즉각 해제하라
한국 = 반헌법적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해제해야
동아 = 국민 철렁케 한 한밤 계엄선포… 혼란과 불안 빨리 끝내야
중앙 = 느닷없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무슨 일인가
조선 = 국민 당혹시킨 계엄 선포, 윤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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